그녀의 시크릿 투자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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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화 _ 대화가 필요해, 리츠를 위해서는

그녀의 노트북 속에 감춰져 있던 비밀스러운 투자처는 '리츠'였다. 그녀는 궁금해하는 이과장에게 리츠에 대해서 설명하지만 이과장은 그녀에 대한 의심을 풀지 못하고 결국 화를 내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차분하게 이과장을 달래기 시작하고, 결국 그는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 빠져들게 되는데......
그녀에게 소리를 친 후, 창 밖의 빗소리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무너진 자존심은 오랜만에 만난 안주임에게 화를 내면 회복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사과를 듣는 순간 역설적으로 나의 자존심은 비에 젖은 모래성처럼 그녀 앞에서 처참히 무너져 버렸다.
“과장님, 미안해요”
“안주임, 미안해. 오랜만에 만났는데, 나도 모르게 화를 내버렸네.”
“묻지마 투자라고 말한 것은 제 말 실수였던 것 같아요.”
이런 대화를 하는 내 자신이 어린아이가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마치 유치원 담임선생님이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는 듯 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걱정 마세요. 리츠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부동산 투자랑 달라요.”
“그래? 뭐가 다른데?”.
“과장님이 투자하신 작은 지식산업센터나 오피스텔처럼 개인에게 분양하는 부동산과는 규모와 입지 그리고 운용 방식이 전혀 달라요. 리츠가 투자하는 부동산은 종로, 광화문, 여의도, 강남, 판교 같은 주요 업무지역에 있는 초대형 오피스빌딩이나 백화점 같은 대형 쇼핑몰, 호텔, 끝도 보이지 않는 물류센터 같은 것이죠.”
“응? 그렇게 엄청 큰 빌딩이나 건물들은 간판 걸려있는 그 회사 것 아니었어?”
“빌딩에 간판 걸려있다고 모두 그 회사 건물은 아니에요. 엄청나게 큰 부동산은 가격이 몇 천억이 넘어요. 그래서 기업이 그 빌딩을 보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죠. 그래서 다른 투자자들을 모집해서 리츠의 형태로 보유하기도 하는 거예요. 리츠와 관련된 기업은 과장님도 익히 아시는 삼성, SK, 롯데, 한화와 같은 대기업들도 있어요.”
“진짜?”
“네, 리츠가 투자한 부동산은 과장님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큰 규모일걸요? 게다가 임대차계약도 이미 완료된 상태로 공실 걱정 없이 임대료가 발생하는 것이 확정되어 있어요.”
“아니, 그렇게 좋은 거면 왜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거야?”
“이미 미국, 싱가포르 같은 나라에서는 리츠 시장의 규모가 한국에 비해 매우 크고, 인기도 높아요. 그런데 한국은 리츠가 발달한 역사가 짧아서 잘 알려지지 않은 것 뿐 이예요.”
“좋은 건 아는 사람들끼리만 하는 뭐 그런 건가?”
그녀의 설명이 계속될수록 난 가슴이 뜨끔뜨끔했다. 투자라는 세계에서 내가 얼마나 미숙하고, 편협한 판단을 했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투자 앞에서 나의 투자가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 내가 진지하게 여기고 있었던 투자란 그녀에게선 유치한 놀이에 불과한 것 같았다.
나는 매일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을 롤모델로 삼고, 가치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나를 돌아보면 주식 종토방에서 ‘가즈아!’ 를 외치고, 주식 차트로 공룡이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그리면서 주갤에서 히히덕 거리는 것이 투자의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리츠에 투자하면 내가 임대료를 받는 거야?”
“맞아요. 리츠가 투자한 부동산에서 나오는 임대료가 리츠의 수익이 되고, 리츠는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주식의 배당으로 지급하죠.”
“주식이랑 부동산이 혼합 되어서 어려워 보이긴 하는데, 리츠도 부동산처럼 초기에 투자하려면 목돈이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야?”
“전혀요. 일반 주식 투자랑 똑같아요. 몇 천원만 있어도 주식처럼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어요.”
“진짜? 그럼 내일 아침에 장 시작하면 바로 할 수 있는 거야? 신기하다. 그런데 주식, 부동산투자 모두 실패한 나도 리츠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당연하죠. 개인들은 부동산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전문적인 부동산 투자운용사에서 리츠에 담겨있는 부동산을 대신 운용해 주는 거예요. 그만큼 안정적으로 배당이 나오고요. 주식거래만 가능한 개인이라면 누구나 투자가 가능해요. 과장님도 해보시게요?”
“어. 그럼 나도 내일부터 조금씩 담아볼까 하는데……”
“그럼 조금씩 해보실래요? 제가 과장님 잘 리드해 드릴게요. 우선 치킨 식으니까 우리 이거 같이 먹으면서 더 이야기 해봐요.”
리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나보다 더 신나 보였다. 내가 그녀의 방에 들어온 몇 분 사이, 수많은 감정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리츠는 그 혼란을 안정으로 바꿔주기에 충분했다.
그 사이 그녀는 내가 배달한 치킨박스를 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눴고, 그녀의 전문적이고 냉철한 투자의 판단력은 나를 더욱 그녀 속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맑은 눈동자와 윤기 나는 핑크 빛 입술을 통해 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심한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했던 투자의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단둘이 있었던 그 시간은 내 심장이 뛰는 속도에 맞춰 매우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다음화 예고 그녀와의 설레는 첫 데이트. 그런데 그녀는 이과장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장소로 끌고 가는데...…

작가 소개

조훈희 순수문학 등단작가 겸 부동산학박사. 부동산과 컨텐츠를 결합한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현)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 부동산 투자 및 개발회사 대표 '부동산 투자, 농사짓듯 하라', '밥벌이의 이로움' 등 저자 전) 현대캐피탈, 코람코자산운용, CBRE Korea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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