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크릿 투자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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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화 _ 그녀, 내 맘에 들어오면은

안주임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과장은 무심코 그녀가 열어놓은 노트북 화면을 보고, 그녀가 주식에 투자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녀가 투자하는 것은 주식이면서 부동산처럼 느껴지는 생소한 종목들이었고, 안주임은 그것을 모르는 이과장을 무시하는 말을 하게 된다.
안주임, 그녀가 내어준 찻잔에 가득 채워진 따뜻하고 향기로운 재스민 차가 차갑게 식을 때까지, 나는 부끄러운 이혼사를 그녀 앞에 털어놓아 버렸다. 그렇게 마지막 남아있었던 내 마음속의 모든 무장을 해제했을 때,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칼로 자른 듯 한 그녀의 매끈했던 단발머리의 끝은 조금 흐트러져 있었고, 그녀의 작은 어깨는 조심스레 떨리고 있었다.
“이과장님, 정말 미안해요. 힘든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아냐, 괜찮아. 이제 지난 일이고, 다시 이렇게 힘내서 살고 있잖아. 그럼 나 이제 가볼게. 이번엔 곱창 배달 콜이 들어온 것 같아."
내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갑자기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굳게 닫힌 문 사이로 화장실 세면대 물소리가 났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침대 위 그녀가 열어 놓은 노트북 화면을 보게 되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주식 창이 열려 있었고, 여러 종목들이 눈에 띄었다. 나와 아내를 파멸로 이끌고 간 부동산과 주식 투자, 더 이상은 꼴도 보기 싫었지만 나약한 인간의 호기심은 계속해서 내 눈동자를 모니터에 밀어붙였다.
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표정을 깨끗이 지우고 나에게 다가왔다. 눈물에 젖었던 미소가 흐려지면서, 그녀의 눈빛은 나를 향한 감정의 흔적을 간신히 드러내고 있었다. 난 그녀의 눈 속에 담긴 감정을 정확하게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 의미는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그 눈물에 담긴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는 데에는 몇 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난 다시 웃음을 띤 채 노트북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안주임도 주식 투자를 하나 봐? 그거 위험해. 내가 주식이랑 부동산 투자만 안 했어도 이혼이랑 배달은 안 했을 꺼야.”
그녀는 내 말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이거요? 그냥 주식이랑은 조금 다른데, 혹시 리츠 아세요?”
“리츠? 그게 뭐야? 그거 과자 이름 아니야?
“리츠 모르시는구나. 그럴 수 있어요. 원래 좋은 건 광고를 안 하잖아요. 그래서 아직 모르실 수도 있죠.”
“그게 뭔데?”
“쉽게 말하면 부동산의 장점인 안정적인 임대수익과 동시에 시간에 따른 자산 가치 상승도 누리면서, 반대로 주식의 장점인 쉽고 빠른 거래까지 가능한 투자 상품이예요.”
‘리츠’라는 단어는 우리 사이를 감싸고 있는 무거운 공기를 순식간에 가볍고 신선하게 바꾸었다. 그녀의 눈빛도 다시 활력을 찾은 것 같았고, 난 궁금한 마음에 그녀에게 되물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부동산을 자산으로 가진 주식이 리츠야? 그럼 내가 주식회사 설립해서 저 빌딩 산 다음에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리츠겠네?”
“역시 과장님은 똑똑해요! 아주 쉽게 잘 이해하셨어요. 맞아요. 그런 셈이죠”
“그런데 나 부동산 투자했다가 임차인 못 구해서, 지금도 배달하면서 관리비 내고, 대출만 갚고 있잖아. 안주임이 잘 모르나 본데 부동산 투자도 위험해.”
“그건, 이과장님께서 전문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묻지마 투자를 해서 그래요. 상장리츠는 단순히 부동산에 투자하는 주식이 아니에요. 충분한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검증된 부동산을 대상으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운용사와 국가기관인 국토교통부에서 수많은 검토를 거친 후에 상장하는 거예요. 그래서 일반인들이 투자하는 부동산보다 공실과 운영에 대한 리스크가 적죠.”
그녀의 또박또박한 말 대답은 나의 심기를 몹시 뒤틀리게 했다. 나의 투자에 대한 그녀의 진단은 놀랍게도 진실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뭐? 내가 묻지마 투자라고? 미안한데, 나 이제 더 이상 안 속아. 나도 미치도록 열심히 공부했고, 그렇게 했는데 잘 안된 걸 어떡하라고! 부동산? 투자? 사랑? 이제 아무것도 안 믿어. 세상에 검증된 것이 어디 있어? 내가 투자한 지식산업센터랑 오피스텔도 주변에 기업체도 들어오고, 철도랑 도로도 뚫려서 향후 몇 십 년은 공실 걱정 없이 따박 따박 월세 나온다고 해서 분양 받은 것이라고!”
나도 모르게 불쾌한 표정으로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그리고 전처와 싸우던 그날처럼, 난 매우 지저분한 방식으로 안주임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안주임, 내가 이혼하고, 비 오는 날 배달이나 하고 있으니 만만해 보여? 방에 들어오게 한 이유가 겨우 이 리츠 때문이었어? 내가 묻지마 투자를 하니까 안주임도 나에게 뭐라도 하나 분양하게? 그럼 리츠 회사에서 안주임한테 수수료라도 줘?”
다음화 예고 감정이 격해져서 언성을 높여버린 이과장, 그의 성급한 모습과는 반대로 차분하게 대화와 투자를 풀어나가는 그녀만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는데......

작가 소개

조훈희 순수문학 등단작가 겸 부동산학박사. 부동산과 컨텐츠를 결합한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현)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 부동산 투자 및 개발회사 대표 '부동산 투자, 농사짓듯 하라', '밥벌이의 이로움' 등 저자 전) 현대캐피탈, 코람코자산운용, CBRE Korea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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