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크릿 투자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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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화 _ 대낮에 한 이혼

과거의 실패한 투자에 대해서 서로 다투던 이과장과 그의 아내는 결국 이혼을 하게 된다. 이과장은 그날 이후 과거에 대한 후회와 외로움에 맞서기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고, 이과장은 이 모든 스토리를 그녀(안주임)에게 조심스레 꺼내 놓게 되는데......
2023년 봄, 햇살이 유난히 따뜻했던 오후, 서초동의 한 카페, 나와 아내는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 보며 앉아 있었다. 큰 창문을 통해 따뜻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졌다. 우리는 그 햇살이 따가워서였는지 아니면 서로의 상황이 인상을 찌푸리게 했는지,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한 채 흐릿한 선을 그리며 대화를 시작했다.
“나 더 이상 못 버틸 것 같아. 당신이 좋다고 한 저기 지방에 있는 상가랑 지식산업센터 분양만 받지 않았어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거야. 지금 이자랑 관리비 내기도 벅차. 당신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매월 임대수익 따박따박은 고사하고, 몇 달 째 아무도 들어오질 않아. 당신의 그 잘난 투자! 투자 때문에! 나 너무 힘들어.”
“뭐? 나 때문이라고? 당신도 분양 사무소 갔다가 좋다고 동의한 것 아니었어? 그럼 당신이 신용대출로 몰빵한 테마 주식들은 어떻고? 그건 수익이 난 줄 알아? 당신도 잘한 것 하나도 없어.”
“나는, 정말 나는, 항상 당신을 믿었는데, 난 이제 당신도 그 상가도 꼴도 보기 싫어!”
“나는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내가 일부러 알고 그랬어?”
서로를 탓하는 대화는 고조되었다. 아내와 내가 쓰고 있던 인상은 단순히 따가운 햇살 때문은 아님을 서로 느끼고 있었다. 한참을 소리치며 다투다가 다시 적막이 흘렀다. 그녀는 두 눈을 감았다 떴다 하기를 두어 번 반복하더니 가방 속에서 황색 봉투를 꺼냈다.
“매일매일이 똑같아. 그리고 또 여기서 서로를 탓하며 싸워봤자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우리가 사랑했던 마음도 돈도 모두 다 돌아올 순 없잖아. 이제 우리 결론을 짓자.”
“이건 뭐야?”
“이혼 서류야. 찍어. 당신 말대로 당신이나 나나 모두 잘한 건 없으니까. 나는 깨끗하게 다시 시작하고 싶어.”
“이게 네가 말한 결론이니?”
“응, 아쉽게도. 마지막 결론은 당신이 따라주길 바랄게.”
아내의 마지막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슬픔, 분노, 후회 그 어떠한 흔적도 찾을 수 없는 그녀의 말투는 마치 뾰족한 칼처럼 날카로웠다. 그 바늘은 이미 바람이 빠질 만큼 빠진 내 가슴에 다시 한 번 확인을 하듯 깊게 꽂혀서 구멍을 냈다.
“그래. 그게 너의 결론이라면.”
난 무덤덤하게 아내의 결론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주고 받는 몇 분 동안, 우리 두 사람의 눈동자 그 어느 쪽에서도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부부라는 단어를 마지막으로 다시 생각하며, 우리는 쿨 하게, 아니 쿨한 척 헤어졌다.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지면 그때는 친구로 편하게 만나자며……
그날의 공기는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햇살은 유난히 밝고 따뜻했다. 그 햇살 때문인지 눈물도 빨리 말라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한 방울의 눈물조차 떨어뜨리지 않고 이혼했다. 짧은 결혼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매일같이 부지런하게 싸우느라 바빠서 아이가 생길 겨를도 없었다.
신혼 집과 살림도 금방 정리되었으며, 그렇게 정리한 돈으로 어느 정도의 대출은 갚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투자의 실패로 남겨진 대출 원금을 갚고, 이자비용을 벌기 위해 퇴근 후에도 힘겨운 일상에 몰두했다.
이혼한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분명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낮에는 회사에서 무의미한 일상처럼 아무렇지 않게 일했다. 주말과 밤에는 후회와 외로움에 맞서기 위해 음식 배달이나 택배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아르바이트는 힘든 시간을 잠시라도 잊고, 용돈도 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상은 반복되었다. 그런데 오늘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틀어져 버렸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안주임의 집에 우연히 치킨 배달을 하게 된 것이다.
그녀와 다시 마주친 그 오늘이 내 일상을 단숨에 깨어버리는 특별한 오늘이 될 것을,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의 집에 초인종을 누르게 된 그날, 나는 어두운 지옥에서 벗어나서 천국의 문을 조심스레 두드린 것과 같았다.
다음화 예고 이과장의 슬픈 과거사를 모두 들은 안주임은 갑자기 자리를 피하고, 그 사이에 이과장은 그녀의 노트북 화면을 우연히 보게 되는데......

작가 소개

조훈희 순수문학 등단작가 겸 부동산학박사. 부동산과 컨텐츠를 결합한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현)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 부동산 투자 및 개발회사 대표 '부동산 투자, 농사짓듯 하라', '밥벌이의 이로움' 등 저자 전) 현대캐피탈, 코람코자산운용, CBRE Korea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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