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크릿 투자코드
home
🥂

제 9 화 _ 그녀의 친구들과의 만남, 내가 제일 잘나가

그녀와 함께 모임에 나간 이과장. 그녀의 친구들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이나 외국계기업에서 근무하는 엘리트들이었다. 그 친구들이 일하는 거대한 빌딩을 상상하자 이과장은 한없이 초라해지기 시작한다.
물류창고 알바를 하고, 그녀의 집에서 다시 함께 찌개를 먹었던 날. 난 그녀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해버렸다. 그러나 막상 그녀의 친구들을 만날 날이 다가오자 막막했다. 어떤 옷을 입고 나가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어떤 존재인지 소개하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약속 장소는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빌딩 안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서울스퀘어 빌딩은 드라마 ‘미생’에도 나온 빌딩으로 유명했고, 그 엄청난 크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기가 눌리는 것 같았다.
로비에서 그녀를 만나서 레스토랑에 같이 들어갔다. 그녀의 친구들은 3명이었지만 연인 동반이었기에 모두 남자친구들과 나와있었다. 우리가 합류하자 테이블은 8명으로 가득 찼고, 음식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고급 레스토랑에 앉아서 우아한 음악을 들으며, 파스타를 먹는 것. 나에게는 지나친 사치처럼 느껴졌다. 불편했지만 그녀와 함께였기에 애써 침착한 웃음을 지었다. 대화를 들어보니 그녀와 친구들은 자주 만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안주임은 나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어색하지 않게 중간중간 친구들에 대해서 말해줬다.
저 끝에 앉아있는 그녀의 친구 K는 여의도 대형 증권사에 다니며, 다른 증권사에 다니는 남자친구H와 회사 선배의 소개로 만난 연인이라고 했다. 둘의 대화는 알 수 없는 금융 전문용어로 가득했고, 서로 함께 아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 보였다. 역시 여의도는 대한민국 금융의 허브답게 회사와 사람들 사이의 교류가 활발한 것처럼 느껴졌다.
중간에 앉아있는 친구 S는 강남 대치타워에 있는 대기업에 다녔다 그리고 광화문 트윈트리타워에 있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남자친구 I와 거래처 관계로 만났다가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했다. 둘은 모두 본인의 업무에 대해서 프로의식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만남은 누가 보더라도 선남선녀처럼 보이는 그림이었다.
마지막으로 오늘 자리를 예약한 친구 N은 지금 우리가 있는 서울스퀘어 빌딩에 있는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녀의 남자친구는 강남역에 있는 더에셋빌딩에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그 친구들이 다니는 회사 이름만 들어도 입이 쩍 벌어질 노릇이었는데, 근무하는 웅장한 빌딩까지 상상하자 그들은 나보다 한없이 크게 보였다.
대화 역시 그녀의 친구들답게 일반적이지 않았다. 각종 지표들이 나타내는 경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미국, 싱가폴, 일본을 넘나드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 토론을 했고, 급기야 서로의 핸드폰을 보면서 투자와 관련된 세미나가 언제 열리니 그때 같이 가자고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그녀들은 공통적으로 어떤 홈페이지를 열어놓고 그것을 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무척 궁금했지만 나만 모르는 사실이 들킬 것 같아서 조용히 나 역시 생각을 하는 척 앉아있었다. 친구들을 만나면 그저 순대국에 소주만 마시고, 회사 상사를 욕하면서, 뭐 재미있는 것은 없는지 서로 놀리기만 하는 내 친구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때, 그녀의 친구 K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자. 그럼 우리 오늘도 재미있는 게임 한판 해야지?”
그 말을 듣자 나는 드디어 안도하는 마음으로 웃으면서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역시 어린 친구들은 어린 친구들이야. 술 마시기 벌칙 게임 하는구나. 나 때는 아이엠그라운드, 삼육구, 공공칠빵 막 이런 게임 했는데 말이야. 술 자리 게임은 내가 전문이지. 부동산과 세계경제 이야기 진짜 지겨워 죽는 줄 알았네.’
다음화 예고 그녀와 친구들은 오랜만에 재미있는 게임을 시작하지만, 그 끝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작가 소개

조훈희 순수문학 등단작가 겸 부동산학박사. 부동산과 컨텐츠를 결합한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현)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 부동산 투자 및 개발회사 대표 '부동산 투자, 농사짓듯 하라', '밥벌이의 이로움' 등 저자 전) 현대캐피탈, 코람코자산운용, CBRE Korea 근무
◀︎ 웹소설 전체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