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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용어 해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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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월세를 내는 이유, 오피스 리츠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고, ‘사무실’은 어디까지나 이익을 내기 위한 생산수단 중 하나입니다. 기업이 사무실을 자가로 쓰기보다 월세로 쓰는 것은, 이익 창출에 더 낫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내 집 마련이 모두의 꿈이듯, 기업 회장님들도 자가 사옥을 갖고 싶은 로망이 있습니다. 회사의 위세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여기저기 사무실을 옮겨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되고 입맛대로 뜯어고쳐서 쓸 수도 있죠. 그런데 왜 많은 대기업들이 월세를 내면서 사무실을 쓸까요?

💫 자가 사옥의 꿈 VS 본업으로 높은 수익 창출

자산이 30조가 넘는 하나증권은 1년 임대료로 100억 대 금액을 지출하며 여의도 본사를 임차해서 쓰고 있습니다. 건물주는 상장리츠인 코람코더원리츠입니다. 한화손해보험도 여의도 본사를 한화리츠에게 임대료를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으며, 보안 경비 서비스 세콤으로 잘 알려진 에스원도 본사 건물을 삼성FN리츠에게 임대료를 내고 쓰고 있죠. 이익 창출에 더 낫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입니다. ‘내 집’은 안락한 보금자리지만, ‘사무실’은 어디까지나 이익을 내기 위한 생산수단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사무실과 관련해서도 이익 추구에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이 1000억 규모의 사옥을 자가로 가지고 있습니다. 인근 빌딩과 비교했을 때, 이 빌딩의 임대료는 1년에 50억 정도라고 해보겠습니다. 본업으로는 7%의 이익률을 가진다고 가정하면 사옥을 팔아 본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선택이 됩니다. 사옥을 팔고 1000억 원을 본업에 투자하면 연간 70억의 수익을 낼 수 있고, 50억을 임대료로 지불해도 20억이라는 수익이 남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기업이 가지고 있던 사옥을 팔아 건물주에서 임차인으로 입장을 바꾸는 것을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back)이라고 합니다. 기업이 본업을 더 잘하기 위한 자금 마련 방법이죠.

💵 대기업도 급한 ‘돈’이 필요할 때가 있다

우리가 예상치 못하게 큰돈이 필요할 때가 있듯 기업도 급전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보험회사들이 큰돈을 마련해야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보험회사는 매달 보험료를 받아서 열심히 채권, 주식, 부동산에 투자하여 수익을 내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일을 합니다. 돈이 모자라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넉넉하게 자본을 쌓아 놓도록 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도가 강화되어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특히 보험사가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하도록 변경되었죠. 게다가, 금리 인상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죠. 보험회사는 안전한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보유한 채권의 가치가 낮게 평가됩니다. 자산의 가치는 낮아지고, 자본은 더 많이 쌓아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을 팔아서 자본을 마련해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보험사 중 자산규모가 제일 큰 삼성생명과 두 번째로 큰 한화생명도 리츠에게 보유 중인 부동산을 팔았습니다. 삼성생명은 테헤란로에 위치한 대치타워와 그룹 계열사 에스원이 본사로 쓰는 에스원 빌딩을 삼성FN리츠에 매각하였습니다. 한화도 한화생명이 보유 중인 주요 도시에 위치한 사옥과 한화손해보험 여의도 본사 빌딩을 한화리츠에 매각했죠. 자본을 확충하여 보험금 지급여력을 더 탄탄하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 대기업이 주거불안에 대체하는 자세

전월세 거주를 하면 주거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세일앤리스백을 선택하면 회사 또한 사무공간 유지에 대한 불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리츠라는 새로운 건물주가 생겼으니까요. 사용중인 건물을 떠나 기업 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불확실함은 굉장한 스트레스 요인입니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매각 시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 놓습니다. 장기 임대차 계약도 그중 하나의 방법입니다. 건물주인 리츠 입장에서도 우량 기업을 장기간 임차인으로 확보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방향이죠. 하지만 리츠에 투자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계약 기간임대료 인상 조건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주변 빌딩의 임대료는 상승하는데, 장기계약 조건에 묶여 임대료를 인상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또 다른 방법으로는 매각 시 옵션을 거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증권은 우선 매수권을 가지고 있죠. 건물주인 코람코더원리츠가 건물을 팔려고 할 때 ‘그 가격 맞춰 줄 테니 다른데 팔지 말고 나에게 파세요’라고 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애초에 팔면서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놓은 것이죠. 건물주인 리츠의 주식을 많이 보유해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FN리츠 지분의 상당수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고, 한화리츠 지분은 한화생명이 상당수 보유하고 있죠. 이런 경우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투자를 고려할 때 리츠가 그동안 보여준 실적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박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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