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랩 투자자의 첫 걸음
home
부린왕자
home
🦋

제 13 화 _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비처럼 (feat.SK리츠)

이과장은 그녀와 친구들과 함께 캠핑을 즐기며, 상장리츠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꽃을 피운다. 그때 안주임에게 상처를 준 친구가 다시 나타나서 말을 거는데……
어둠이 깔릴 무렵, 그녀의 친구들과 남자 친구들은 캠핑장에 모두 모였다. 나는 안주임이 미리 준비한 음식들로 저녁 준비를 했고, 그녀의 친구S와 남자친구는 그날의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먼저 나서서 바비큐를 준비하겠다며 고기를 굽고 있었다. 우리는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에 둘러 앉아 한참 수다를 떨면서 저녁 밤을 즐기고 있었다.
“근데 그거 아세요? 안주임이 얼마나 똘똘한 사람이냐 하면요. 본인이 투자한 상장리츠에 관련된 것들만 산다니까요. 마트는 롯데마트만 가고, 택배는 쿠팡, 거기다가 아까 오는 길에는 어땠는지 알아요?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에 투자했다면서 주유소는 현대 오일뱅크만 가야 한데요. 그래서 올 때 식사도 오일뱅크 주유소에 있는 맥도날드 Drive-Thru에서 먹었다니까요?”
난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취기가 올라왔고, 팔불출처럼 한참 동안 안주임의 리츠 사랑 이야기를 자랑처럼 늘어놓았다. 그때 한 남자가 박수를 치고 웃으면서 말했다.
“우와. 지금 제 여자친구 이야기 듣는 줄 알았어요. 여기 있는 제 여자친구는 SK리츠에 투자한 주주라서, 여기 올 때 기름 어디서 넣었는지 아세요? SK주유소 가서 기름 넣고, 그 주유소에 있는 버거킹 Drive-Thru에서 먹고 왔어요.”
“하하하. 안주임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그 뿐만이 아니예요. SK리츠가 SK서린빌딩, SK-U타워처럼 SK가 직접 사용하고 있는 초대형 오피스 빌딩에 투자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 SK하이닉스 수처리시설에 투자했다면서, 자기는 이제 전자제품을 살 때 SK하이닉스 반도체가 들어간 제품만 사겠대요. 아니 일반인이 반도체가 어디 제품이 들어있는지 어떻게 알아요? 진짜 웃기지 않아요?”
“하하하. SK리츠는 대기업인 SK와 시너지를 내면서 성장하며, 로고에 있는 나비처럼 변화와 혁신을 통해 미래로 날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기업과 리츠가 만나면 안정적이면서도 새로운 일들이 일어난다니까. 이러다가 내가 투자하기도 전에 SK리츠 주가도 나비처럼 하늘 높이 날아가 버리는 건 아닌가 몰라요. 하하하.”
난 SK리츠 이야기를 하며 숨이 멎을 듯이 웃었다. 치킨을 들고 우연히 안주임 집에 배달을 간 그날 밤 이후, 그녀 덕분에 리츠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진정한 가치 투자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그렇게 리츠에 대해서 이해하고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리츠를 알려준 그녀가 한없이 고마웠다.
즐거운 바비큐 파티가 끝나고 우리들은 각자의 텐트로 돌아갔다. 나는 안주임을 위해서 텐트 앞에서 불멍을 할 수 있도록 작은 화로대를 펼쳐서 불을 붙였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는 장작과 새빨간 불빛을 바라보며, 우리는 작은 캠핑의자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안주임. 고마워. 덕분에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있었던 것 같아.”
“에이. 제가 고맙죠. 과장님 아니었으면, 제 자격지심 때문에 다시 이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그녀와 함께하는 순간은 반 지하 월셋방의 눅눅한 습기도,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해온 사무실의 무기력함도, 택배를 포장하는 고된 노동도, 핸드폰을 울리는 배달 콜의 진동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때 멀리서 그녀의 친구 S가 다가오고 있었다.
“안주임 나야.”
“응. 왜?”
안주임은 그녀를 용서하고, 마음을 바꿔서 캠핑장에 왔지만 아직은 그녀와의 만남이 어색한 표정이었다.
“다시 한번 사과하러 왔어.”
“그때 전화로 했잖아. 이젠 괜찮아.”
“남들 다 있는 자리에서 너희 아버지 이야기한 것도 미안하고......”
“알겠어, 괜찮다고 했잖아.”
그녀는 사과의 말을 이어가는 듯 했지만, 안주임은 아직 친절한 미소를 짓지 못했다.
“난 거듭 사과하고, 지금도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하러 왔는데, 너 좀 그렇다?”
“뭐가 그래? 넌 말로 사과하면 다 끝난 거야? 난 아직 너 불편하니까 좀 꺼져줄래?”
그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듣는 거친 단어였다. 나뿐만 아니라 그녀의 친구도 당황을 했는지 황급히 돌아갔다. 우리 주변은 우울한 침묵으로 가득 찼다. 난 급격히 어두워진 분위기 속에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안주임, 괜찮아?”
“네. 걱정 마요.”
“다행이다.”
“근데 과장님은 왜 저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응? 갑자기 무슨 말이야?”
“제가 불쌍해 보이니까 그런 것 아니예요? 과장님도 불쌍하니까.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슬픈 과거들이 저랑 비슷하게 있으니까. 그렇게 불쌍한 사람끼리 서로 동정하고 싶으니까.”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시간이 흘러 장작불이 꺼져갈 때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안주임, 나 안주임 아버지 직접 뵙고 싶어. 가서 인사 드리고 싶어. 내가 슬픈 과거가 있는 것처럼 안주임도 슬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면, 내가 그 과거도 같이 지고 가고 싶어.”
“과장님, 제 친구가 왜 자꾸 저렇게 이야기 하는지 아세요? 제 아버지를 실제로 본 유일한 친구거든요. 과장님도 저희 아버지 직접 뵈면 그렇게 말씀 못하실 거예요.”
“난 달라. 난 안주임한테 그 어떤 사람보다 특별하고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비슷할걸요? 그 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도 처음엔 과장님처럼 그랬으니까요.”
“아니야. 과거에 안주임이 만났던 다른 사람들처럼 쉽게 생각할거였으면, 난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야.”
“괜히 저 때문에 이과장님 상처 받는 것 싫어요. 무리하지 마세요.”
지금 그녀의 말투는 마치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밀어내고 싶은 것 같았다.
“안주임, 내가 아까 SK리츠 이야기 할 때 나비 이야기 했던 것 기억나? 나비는 태어날 때부터 본인이 나비인 것을 알고 있대. 비록 애벌레 시절에 기어 다니고, 번데기 시절에는 움직이지도 못 하지만, 본인은 곧 날아다닐 수 있는 나비인 것을 절대 잊지 않는대. 그걸 잊지 않아야 나비가 되어서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지.”
“……”
“안주임, 안주임은 나비 같은 사람이야. 아무리 아니라고 하고, 힘든 과거가 있더라도, 금방 더 높이 날아갈 사람이야.”
그녀는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어둠에 잠시 비쳐진 그녀의 눈은 웃는 모습인지, 우는 모습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다음화 예고 안주임의 상처까지 모두 안고 가겠다는 이과장의 굳은 다짐, 과연 그녀는 이과장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게 될 것인가?

작가 소개

조훈희 순수문학 등단작가 겸 부동산학박사. 부동산과 컨텐츠를 결합한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현)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 부동산 투자 및 개발회사 대표 '부동산 투자, 농사짓듯 하라', '밥벌이의 이로움' 등 저자 전) 현대캐피탈, 코람코자산운용, CBRE Korea 근무
◀︎ 웹소설 전체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