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크릿 투자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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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화 _리츠는 향기를 남기고 (feat.롯데리츠)

그녀와 쇼핑을 마치고 또 다시 집 앞까지 따라가게 된 이과장. 드디어 와인의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지고,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도 같이 밝혀지게 되는데……
백화점에서 와인을 산 그녀는 나에게 말없이 와인 쇼핑백을 건넸다. 그렇다. 여자랑 쇼핑을 하면 남자는 짐꾼이었다. 비록 그 와인이 다른 남자의 것 일지라도 난 지금 그녀의 짐꾼으로 여기 와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지금 나의 현실이었다.
얄궂은 그녀의 행동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따라 별관으로 이동했다. 별관에는 예쁜 소품과 가구, 조명들이 모여있었다. 난 이번에도 집에 안주임과 같이 있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 구경하는 듯 하더니 뒤돌아서 말했다.
"이제 다 봤어요. 집에 가요."
"응? 이게 다야?"
"이과장님은 회사에서 볼 때랑은 진짜 다른 사람이네요. 풉!"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말을 듣고, 그녀의 차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갔다. 그녀의 차 조수석에 앉아서 와인을 안고 앉아있는 내 모습이 유리창에 비춰졌다. 또 다시 초라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집에 도착했고 대문 앞에서 그녀에게 와인을 건네자 그녀가 말했다.
"그 와인 이과장님 선물이에요."
"나? 갑자기 왜?"
당황하는 나의 모습을 보자 안주임은 재밌다는 듯 ‘꺄르륵’ 웃으면서 말한다.
"호호호 공짜는 없어요. 가서 후라이드 치킨 하나 배달해주세요."
“뭐라고?”
그녀의 웃음으로 포장된 배달 주문은, 날 다시 처참한 현실의 늪으로 던져놓는 것 같았다. 불쾌했다. 그러나 그녀가 박수를 치면서 웃을 때 아까 뿌린 향수 향기가 다시 한번 내 코를 찔렀고, 몇 분 뒤 난 설레는 마음으로 치킨 집 앞에 서있었다.
"띵똥"
치킨을 사가지고 와서 초인종을 누르자 그녀가 문을 열고 말했다.
"들어와서 같이 먹어요. 와인도 있잖아요. 오늘 특별히 이과장님께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어요."
그녀는 이미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상태였고, 예쁜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앞치마까지 두르고 있었다. 식탁에 앉아서 싱크대에 치킨무 국물을 따라버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까 백화점에서 본 요가복을 입은 그녀를 상상하고 있던 찰나, 그녀가 나를 보고 말했다.
"제가 왜 롯데백화점에 가서 여기저기를 둘러봤는지 아세요?"
"아하하하하, 모르겠어. 그런데 나는 어디서 뭘 하든 오랜만에 엄청 좋았어."
나도 모르게 웃음과 함께 본심이 튀어나와 버렸다.
"이과장님은 그렇게 일희일비 하니까 투자에 실패하는 거예요."
그녀는 나의 숨겨두었던 패배의식을 또 다시 자극했고, 난 발끈하며 되물었다.
"그러는 안주임은 그렇게 알뜰살뜰한 척 다 하면서 왜 백화점에 가는데?!"
"지난번에 리츠 설명해드렸는데, 어떤 리츠 종목들이 있는지는 한번 보셨어요?"
"봤어. 그런데 난 아직 리츠 라는 거 이해가 잘 안 돼. 부동산도 아니고 주식도 아닌 것 같잖아. 그리고 지금 그게 롯데백화점이랑 무슨 상관이야?"
"그럴 줄 알았어요. 오늘 간 롯데백화점이 이 와인을 팔고, 누구한테 임대료를 내는지는 아세요?"
"뭐? 롯데백화점이 임대료를 왜내? 롯데백화점 건물은 롯데백화점이 가지고 있는 것 아니야?"
"아니예요. 자세히 말하면 롯데백화점은 임차인이고, 그 건물을 가지고 있는 진짜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내고 있어요.”
"진짜? 롯데백화점 건물 주인이 따로 있다고?"
"네 맞아요.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건물주는 사실 롯데리츠예요. 그래서 롯데리츠는 롯데백화점으로부터 임대료를 받죠. 그러면 롯데리츠는 그 임대료를 모아두었다가 롯데리츠 주식에 투자한 주주에게 배당으로 나눠줘요."
"신기하다. 그럼 이렇게 크고 화려한 백화점이 내는 임대료를 롯데리츠 주주가 되면 나도 받을 수 있어?"
"그렇죠. 그리고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니깐 리츠에 투자하면 그 임대료만 받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롯데백화점 건물의 주인이 되기도 하죠."
"대박! 그럼 안주임도 혹시 롯데백화점 건물주야?"
"롯데리츠 주식을 갖고 있으니 그런 셈이죠. 롯데리츠는 백화점 뿐만 아니라 마트, 아울렛, 물류센터 등 우리가 롯데를 통해 쇼핑을 할 수 있는 수많은 건물에 투자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오늘 그 건물에 가서 임차인인 롯데백화점은 요즘 어떤지 보고 온 거예요. 리츠에 투자하면, 이렇게 나들이 하듯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내가 가진 자산이 잘 운용되는지 보는 재미도 있어요. 호호호"
그녀는 너무 현명했다. 나보다 많이 어린, 이제 갓 30대를 넘긴 젊은 여자였지만 그녀는 이미 리츠의 향기로 나를 능숙하게 조련하고 있었다.
다음화 예고 롯데백화점을 다녀오고, 롯데리츠에 대해서 배운 이과장. 리츠 투자에 대해서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가 처한 현실의 삶은 오늘도 역시나 만만하지 않은데……

작가 소개

조훈희 순수문학 등단작가 겸 부동산학박사. 부동산과 컨텐츠를 결합한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현)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 부동산 투자 및 개발회사 대표 '부동산 투자, 농사짓듯 하라', '밥벌이의 이로움' 등 저자 전) 현대캐피탈, 코람코자산운용, CBRE Korea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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