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랩 투자자의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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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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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_ 부린왕자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 강남

부린왕자가 일곱 번째로 도착한 장소는 강남이었다.
강남은 결코 시시한 곳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정치인이 111명 (물론 현 의원과 전 의원까지 합해서다), 부동산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가 1,897명, 공인중개사가 2,966명, 부동산 개발업자가 3,634명, 그리고 1만명의 넘는 부동산 폭락론자 등 55만명가량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있었다.
강남이 개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75년 당시 인구가 32만명 정도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강남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증가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떨어진 데서 보면 그것은 찬란한 광경이었다.
출근길에 테헤란로를 가로지르는 직장인 무리의 움직임은 마치 가극에서 발레의 동작처럼 한 방향으로 질서정연했다.
먼저 강남역과 역삼역에서 사무실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행렬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지하철에서 내려서 뾰족한 빌딩 안으로 들어가고 나면, 다음은 선릉역과 삼성역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차례였다. 이들 역시 빌딩 속으로 잽싸게 사라지고 나면, 다음은 대치동에 사는 학생들이 등교할 차례였다. 이어서 자녀들을 바래다주고, 자녀의 성적을 올려줄 수 있는 유명한 강사가 있는 좋은 학원을 알아보러 다니는 학부모들의 차례가 왔다. 하루 종일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들이 강남구에서 이동하는 순서가 바뀌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웅장한 광경이었다.
재치를 부리려고 하면 약간의 거짓말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내가 말한 강남구에 사는 사람들의 숫자와 삶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정직한 것은 아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강남에 대해서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할 수도 있겠다는 염려도 있다. 그러나 강남이라는 곳은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높은 빌딩도 많은, 그만큼 대단한 곳이었다.
사람들은 한반도 위에 수도권이라는, 그 안에서 서울이라는 아주 작은 부분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인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를 통틀어서 2천6백만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을 전체 한반도 면적에 넓게 펼쳐서 배치해 본다면, 서로서로 넉넉한 공간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전체인구인 5천만명 중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좁은 수도권이라는 공간 속에 모여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도권에 모여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은 모두 강남이라는 곳에 살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건물주들은 물론 이 좁디 좁은 공간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산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건물주들은 자기가 그 어떤 사람들보다 더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넓은 세상보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건물이 제일 크고, 제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건물주들이 가지고 있는 그 부동산이란 것은 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협소한 공간 속에 숨어있는 한 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분들에게 계산을 해보라고 한 것이다. 그 분들은 숫자를 대단히 좋아하니까. 숫자를 보면 정확한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여러분은 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느라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
필요 없다.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 입니다. 특정인물이나 단체, 직업, 종교, 지명, 사건 등 그 어떤 현실적인 부분과는 무관합니다

작가 소개

미스터 동글
동굴속에 숨어사는 INFJ형 부동산 투자자
저얼대 동그란 외모 아님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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