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크릿 투자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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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화 _수취인불명, 그녀를 향한 로켓배송

이과장은 돈을 더 벌기 위해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렇게 물류창고로 향하는 이과장의 발걸음은 오늘도 무겁기만 하다.
내 주식과 부동산 투자 실패가 거듭될수록 삶은 변해갔다. 아내와의 갈등은 심해졌고, 결국 한 침대에 눕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이 상황을 피하고 싶어 나는 근처에 있는 오래된 빌라의 반지하 월세방으로 나와서 살게 되었다.
신혼집이 정리되자 이 곳은 나의 안식처가 되었다. 그 어두운 분위기는 나에게 불면증이라는 선물을 가져왔고, 그렇게 삶에 한계를 느낄 때쯤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배달 알바를 시작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비가 많이 내려서 배달이 어려운 날은 물류창고에서 하는 택배 알바까지 나갔다.
그날도 많은 비가 내렸지만 다행히 출근 가능한 물류창고 알바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위치도 대중교통으로 가기 편한 부천시 오정동에 위치한 켄달스퀘어 로지스틱스파크였다. 오늘의 업무는 쿠팡 택배 소분 작업이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사수나 선임이 친절하게 알려주지만 물류창고 아르바이트 세계에서 친절을 기대하면 안 된다. 반복되는 고된 업무에 정신이 혼미했지만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정신을 다잡았다.
작업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짧은 쉬는 시간에는 급하게 화장실을 다녀오고, 물도 마셨다. 그리고 미리 챙겨온 초코바를 꼭 먹어야 했다. 힘을 보충하지 않으면 고된 일을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자가용을 몰고 온 사람들은 그 짧은 쉬는 시간에 주차장에 있는 자기 차 안에서 잠시 쉬기도 했지만, 차가 없는 나는 구석에 쪼그려 앉아서 쉴 수 밖에 없었다.
초코바를 뜯어서 입에 넣자 달콤한 맛이 입 안에서 퍼지면서, 겨우 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곧 내가 가진 근심과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 무게는 내 키보다 2~3배 높게 쌓여있는 박스들처럼 거대했다. 그 순간 따뜻한 침대에 누워서, 쿠팡 어플을 이용해 로켓배송을 즐기던 과거가 떠올랐다. 내 눈에는 후회로 가득 찬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했다.
“삐이이이”
글썽이는 눈물이 물류센터의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작업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맞춰서 열심히 일을 했고, 다행히 오늘 물류센터 알바는 잘 마무리되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침대에 눕자마자 양말도 벗지 못한 채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불면증을 이기는 데에는 노동만큼 좋은 약이 없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핸드폰을 보니 비는 그쳤고, 배달 콜이 몇 개씩 뜨고 있었다. 다시 밖으로 나가 어스름한 밤거리를 가르는 배달용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 페달은 마치 내 인생과 같았다. 잠시라도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져 버릴 것처럼 위태로웠고, 난 이날도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힘차게 페달을 밟으면서 생각했다.
‘오늘도 안주임은 치킨을 시킬까?’
우연히라도 그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자전거의 속도를 높였다. 아쉽게도 그녀는 오늘 배달을 시키지 않았지만 그녀의 옆집에서 배달이 들어왔고, 난 그녀의 옆집에 피자를 배달했다.
배달을 마친 후 아쉬운 마음에 그녀의 집 앞에서 서성였다. 난 사실 그녀의 향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집에 잠시 서있던 그 순간, 야릇한 감정과 안주임의 손목에서 풍겨 나왔던 달콤한 향기를 떠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주임의 집 대문 앞에도 쿠팡 박스가 가득했다.
'내가 물류창고에서 열심히 작업한 물건들이 혹시라도 그녀의 박스 안에 있을까? 내가 직접 그녀의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갈 순 없을지라도, 내 손때가 묻은 물건들은 그녀의 집에 들어갈 수 있을까?'
혼자 생각을 하며 박스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의 집 대문이 철컥하고 열렸다. 난 당황한나머지 정지 상태가 되었고, 안주임은 대문을 열자마자 문 앞에 서있는 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소리쳤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다음화 예고 그녀의 집 앞에 있는 쌓여있는 택배박스를 보고 있던 이과장. 안주임은 그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과장은 이 상황을 해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작가 소개

조훈희 순수문학 등단작가 겸 부동산학박사. 부동산과 컨텐츠를 결합한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현)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 부동산 투자 및 개발회사 대표 '부동산 투자, 농사짓듯 하라', '밥벌이의 이로움' 등 저자 전) 현대캐피탈, 코람코자산운용, CBRE Korea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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