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랩 투자자의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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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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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50%를 안겨준 월마트 : “투자자를 존경하세요”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하게 되면, 가장 먼저 ‘투자자’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깨닫게 되어요.
왜냐면 어떤 주식이건 마음에 품고 들어가보면, 주식시장에선 이미 뒷북이란 사실을 알게 되더군요. 방금 어디선가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들어왔건만, 그건 이미 3개월 전부터 주가에 반영되어 있죠. 제가 사려는 주식들은 이미 다들 가격이 올라 있기 일쑤였고, 저는 제가 가진 지식가지고는 어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단 사실을 통감하게 되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감히 투자자들과 경쟁하겠단 생각은 버리기로 마음먹었어요. 저의 레벨은 한참은 더 배워야 하는 레벨이란 걸 마침내 깨달은 거지요. 아직 오르지 않은 주식을 찾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저는 투자자들이 먹고 남은 걸 주워 먹는 법부터 배워 보기로 했어요. 즉, 이미 올라 버린 주식 중에 투자처를 찾는 것이죠.
이 결심은 저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는데, 주식을 바라보는 시각을 ‘이 주식이 과연 미래의 대박주가 될 것인가?’라는 천박한 관점에서 ‘이 주식에 추가 상승의 여력이 얼마나 있어?’란 현실적 관점으로 되돌려주었어요.
사실 이 방식이 꽤 안전한 투자 방식이에요. ‘초짜’일수록 발목에서 사서 머리 꼭대기에서 팔려는 욕심이 큰 데, 그런 기회는 ‘초짜’에게 오지 않아요. 그 보다는 무릎이나 허리 정도에 사서 어깨에서 팔겠단 생각으로 접근해야 배워가며 할 수 있어요.
이 당시 Seeking Alpha, Simply Wall St, Motley Fool 같은 사이트의 글들을 엄청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워렌 버핏은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고 충고했지만, 워낙 초보였던 저에게는 이들의 분석 방식이나 조언들이 제 기준을 만드는 데에 매우 도움이 되었어요.
그러던 중 저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어요.
지난해부터 월마트 내부에선 일련의 시스템을 가다듬는 변화들이 지속되고 있었는데요. 이 공룡은 사실 오랜 인플레이션 속에서 약속된 승자였어요. 누구도 월마트보다 싸게 팔 수 없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었고, 월마트는 이 강점을 어떻게 이용하고 영구적인 기회로 만드는지 알고 있었죠.
월마트는 리더십을 정비한 이후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개편하고 있었는데, 여기엔 지난 2년 미국 오프라인 기업들을 괴롭혀 온 노조문제, 라스트 마일 비용 문제에 대한 대처방안까지 꼼꼼하게 마련하는 노련함을 보여줘요.
라스트 마일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구간을 의미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용자 경험이 형성되는 첫 단계이며, 공급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분이다. 현재도 라스트 마일이 전체 물류 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효율성 개선이 쉽지 않다.
월마트의 발걸음이 바빠지면서 지난해 초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상하게도 월마트의 주가는 움직이고 않고 있었어요. 당시 투자자들은 월마트의 미래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류’ 입장을 취하고 있었죠.
저는 이 때, 드물지만 제가 전문투자자들을 앞설 수 있는 기회도 있단 걸 깨닫게 되어요.
왜냐면 저에겐 월마트의 미래가 너무 명료하게 보였기 때문이죠. 멀리서 바라보는 투자자에겐 불확실할지 몰라도 한발 더 가까운 위치에 있는 리테일 전문가에겐 직관적으로 보이는 게 있어요.
이를테면, 어떤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는 걸 알았다 치자구요. 그래서 그 학생이 과연 곧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 장담할 수 있을까요? 멀리서 바라보는 누군가라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소극적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친구가 전에는 풀지 못했던 미분 적분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걸 지켜본 사람이라면 소극적 판단을 할 이유가 없죠. 월마트가 빠른 시일 내에 어떤 실적을 그리게 될 지는 저에게는 전혀 모호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제가 베팅해야 할 순간이었어요.
저는 곧 50불(당시 분할 전 가격 150불)에 월마트를 매입했답니다. 현재 이 종목의 수익율은 50.1%. 저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 중 하나가 되었어요. 안타까운 건 그 때 돈이 없어서 많이 사지 못했다는 사실. 하핫.
주식 투자는 자신이 오래도록 식견을 쌓은 분야에서 시도한다면 꽤 즐거운 취미예요. 또 다른 존경스러운 이들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배워가면서 나의 식견도 넓혀 나갈 수 있는 좋은 창구이죠.
다음 주엔 제가 실패했던 주식들 이야기를 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가 소개

김소희
'데일리트렌드'라는 리테일/커머스 트렌드 미디어를 운영 중입니다.
취미로 리테일/커머스 관련 주식투자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