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크릿 투자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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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화 _ 그녀의 일상으로의 초대 (feat.ESR켄달스퀘어리츠)

쿠팡 물류창고에서 힘들게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이과장, 반면 방에 앉아서 쿠팡이 내는 임대료를 편하게 배당으로 받는 안주임. 이 두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안주임 놀라지마. 나 이과장이야! 지금 옆집 배달 왔다가 지나가는 길이야.“
“아...”
안주임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짧게 목 인사를 하고는 복도에 있던 쿠팡 박스를 들고 들어갔다. 나는 다시 엘리베이터 앞에 섰고, 그녀에 대한 미안함과 나에 대한 초라함이 뒤섞인 흙탕물 같은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저기요. 이과장님!"
그때 처음 그녀를 만났던 그날처럼, 뒤에서 안주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마음 속 흙탕물은 순식간에 맑고 청정한 생수처럼 정화되고 있었다.
"제가 아까 소리쳐서 과장님 많이 놀라셨죠?"
"괜찮아. 내가 놀라게 해서 미안하지."
어쩔 줄 몰라 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근데 진짜 옆집 배달 때문에 우리 집 앞에 서 있었던 것 맞아요?"
"응?"
"저 보고 싶어서 그랬죠?"
예상치도 못한 그녀의 당돌한 말에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녀의 말에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면서 서있자 그녀가 말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밥이라도 먹고 가세요. 안 그래도 먹으려고 하는데 혼자 먹긴 적적해서요."
나는 또 다시 동물원의 순한 동물처럼 그녀의 집에 어슬렁 어슬렁 들어가고야 말았다. 그녀는 주방에서 쿠팡 박스를 열고, 밀키트를 하나 꺼내더니 바로 냄비에 넣고 끓였다. 나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오늘 물류창고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했다.
"낮에 쿠팡 물류창고에서 일하고 왔는데, 이거 내가 박스에 포장한 물건이랑 비슷하네. 이거 내가 포장한 것일 수도 있어. 하하하"
"이과장님 그런 일도 하세요? 배달만 하시는 줄 알았는데 진짜 열심히 사시네요."
"투자했다가 크게 실패했잖아. 그래서 요즘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살아. 과거처럼 살면 실패밖에 보이지 않아서. 새로운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살려고“
“전 그런 과장님의 모습이 멋있어요. 인생이라는게 누구에게나 항상 잘 풀리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뭐든지 노력하는 그 모습이 존경스러워요."
"에이. 별 것도 아닌데 뭐."
"생각할수록 너무 재밌어요. 과장님하고 저, 이렇게 계속 우연하게 이어지는 거요."
"뭐가 이어지는데?"
"쿠팡 덕분에 돈 버는 거요."
"정말? 그럼 안주임도 설마, 켄달스퀘어 쿠팡 물류창고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거야?"
"호호호. 설마요. 전 다른 방법으로 돈 벌어요."
"아! 그럼 쿠팡 파트너스 하는구나?"
"땡!"
"그럼 뭐야? 어서 알려줘, 현기증 날 것 같아."
"저는 그냥 방에 앉아서 쿠팡이 내는 월세 받죠."
"무슨 말이야? 그게 가능해?"
"지난번에 그렇게 리츠에 대해서 설명해드렸는데 또 자세히 안보셨구나. 우리 이과장님 진짜 나한테 혼쭐 한번 나야겠다. 어서 종아리 걷어요."
긴 젓가락을 회초리처럼 들고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웠다. 내 과거와 현실을 모두 잊고, 안주임이 뿜어내는 긍정 에너지에 내 정신은 혼미해져 갔다.
"나 리츠 주식 모두 공부했어. 그런데 쿠팡 리츠는 없던데?"
"진짜 이과장님은 하나를 가르쳐 주면 하나만 아시는구나.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아세요?"
그때 눈 앞으로 오늘 있었던 일들이 지나갔다. 그랬다. 내가 일했던 곳이 ESR켄달스퀘어 물류창고였고, 그 곳에서 난 쿠팡 택배 아르바이트를 했다. 무언가 열쇠가 맞춰지는 느낌이다.
"아! 알겠다. 그럼 지난번에 알려준 롯데리츠의 구조와 비슷하게, ESR켄달스퀘어리츠가 켄달스퀘어 물류창고의 건물주고, 쿠팡이 임차인이 되어서 월세를 내는 구조구나!"
"딩동댕! 오~ 우리 이과장님 많이 똑똑해졌는데요?"
그녀는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머리에서 땀 냄새가 날까 걱정도 되지만, 난 그녀가 선사하는 몇 초의 손길에 황홀한 행복을 느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사이에 그녀는 찌개를 식탁에 놓으며 말했다.
"켄달스퀘어 물류창고에서 쿠팡맨이 배달해준 된장찌개 대령이오. 과장님은 이걸 포장해서 힘들게 돈을 벌지만, 전 그냥 ESR켄달스퀘어리츠에 투자해서 편하게 돈을 벌지요."
이제는 날 놀리는 그녀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때 가슴 속에서 커져만 가던 감정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나 좋아하나봐."
갑자기 튀어나온 내 말을 듣더니, 안주임은 정색하고 나를 바라봤다.
"저도 찌개 좋아해요. 찌개 좋아한다는 말을 뭘 그렇게 진지하게 하세요?"
"아. 그렇지. 내가 찌개에 너무 진지했나? 이 찌개 밀키트라 끓이기 간편해서 캠핑 가서 먹으면 진짜 편하고 좋게 생겼다."
다행히 어색해질 수 있었던 분위기는 잘 넘어갔고, 난 황급히 캠핑이라는 주제를 꺼내서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과장님도 캠핑 좋아하세요? 우와. 저도 엄청 좋아하는데!"
“맞아. 캠핑 가서 불멍하고 있으면 진짜 좋지.”
"앗! 그럼 저 다음 주에 친구들 만나서 캠핑 계획 짜기로 했는데, 같이 가실래요?”
다음화 예고 그녀의 급작스러운 캠핑 제안에 이과장은 당황을 했지만, 결국 그녀의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는데……

작가 소개

조훈희 순수문학 등단작가 겸 부동산학박사. 부동산과 컨텐츠를 결합한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현)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 부동산 투자 및 개발회사 대표 '부동산 투자, 농사짓듯 하라', '밥벌이의 이로움' 등 저자 전) 현대캐피탈, 코람코자산운용, CBRE Korea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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