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내용에 이어 공급량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하겠습니다. 기초자산을 확인하는 거시적 관점 중 하나로 공급량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실제 공급과 수요에 따라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초과공급, 공급부족 등 공급과 관련된 이슈는 단순히 리츠의 기초자산 가격상승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오피스 공급이 부족하다는 예시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공급이 부족하면 공실률이 낮아집니다. 리츠가 편입한 자산의 경우 공실률이 매우 낮은 편입니다. 공실률이 높으면 정부 허가를 얻기 어렵고, 주주들의 반대로 자산 편입이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츠에도 공실은 존재합니다.
신한알파리츠가 보유한 강남 캠브리지빌딩은 2023년 5월, 일부 공실이 발생했습니다. 전체 빌딩의 11~14층과 19층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공실율이 21%였으니 약 1개층의 전체 공실이 발생한 것이죠. 약 5개월간 공실이 유지되다가 23년 10월 외국계 게임회사가 임차인으로 들어왔습니다. 비교적 빠르게 공실이 해결된 것입니다. 이는 서울 오피스 시장의 평균 공실율이 2%에 달할 정도로 굉장히 낮은 상황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해당 빌딩이 강남역에 있어 임차인 선호도가 높았던 것도 이유입니다.
공급이 부족하면 임대료를 높일 수 있습니다. 수요가 많다는 것은 부동산의 거래 가격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자산을 임대해 사용하는 기업들에도 영향을 줍니다. 대기업이나 로펌 등은 건물을 매입하기도 하지만 임대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보다 그 돈으로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 때문이죠. 다만 이때 공급이 부족할수록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해 비용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한 결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수요는 즉각적이지만, 공급은 시간이 걸린다
공급과 관련해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경제학 이론이 하나 있습니다. 거미집 이론인데요. 즉각 반응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은 느리게 진행되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서 좀 더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몇 년 전 높은 인기를 얻었던 과자 중에 허니버터칩 기억하시나요? 당시 허니버터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지만, 편의점에서 해당 과자를 구경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수요는 “나 지금 먹고 싶어”라는 즉각적 형태로 반응합니다. 특히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의 발달로 인해 수요의 증가가 더 빨라졌습니다. 최근 흑백요리사에서 화제가 된 밤티라미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품절사태를 겪은 한강 작가의 책, 두바이 초콜릿과 포켓몬빵의 사례들도 동일합니다. 즉각적 수요 증가에 해당하죠.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자 입장에서는 추가 수익을 올릴 기회입니다. 하지만 공급은 즉각적으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직원들에게 야근 수당을 주고, 공장의 가동률을 높인다고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추가 비용이 들어가고, 물리적 변화를 위해서는 시간도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적정 수량을 넘는 공급을 할 경우 오히려 가격이 하락합니다. 작년 대비 샤인머스캣의 가격이 저렴해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2019년부터 쿠팡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했죠. 택배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물류센터 증설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공급자들은 시장의 적절한 수요를 알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보다 많은 물류센터가 증설되었고, 금리까지 오르면서 물류센터 인기가 줄어들게 됐죠.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이기도 합니다. 시장에 초과 공급이 되었다고 판단한 공급자들은 공급량을 줄이기 시작합니다. 지어도 미분양이 될 수 있고 건축비, 금리 등 비용이 높은 상황에서 공급을 늘리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향후 2~3년간 물류센터 공급은 줄어들 것이고, 신축 물류센터의 가치는 상승할 것입니다.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ESR켄달스퀘어리츠의 주가 흐름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현재의 공급량이 많다고 무조건 부정적 상황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의 수요량이 충분하다고 해서 무조건 낙관하는 태도도 지양해야 합니다. 리츠 투자를 하고자 한다면 관심을 가진 섹터의 수요와 공급의 변화를 꾸준히 체크하면서, 시장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가 소개
김고양
필명을 사용해 글을 쓰고, 리츠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에서 부동산을 관찰하고 탐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