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세금이라면(미납 세금은 심지어 사망 이후에는 상속인들에게 상속이 되기도 합니다), 한 푼이라도 세금을 줄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세금을 줄이고 싶은 욕망은 인류 문명 및 세금의 역사와 거의 궤를 같이하리라 생각합니다. 고대 로마의 부자들도 무거운 세금을 피하려고 자산을 빼돌렸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네요.
그럼 흔히 말하는 ‘절세’와 ‘탈세’는 어떻게 다를까요?
절세(Tax Saving)는 기본적으로 세법의 테두리 내에서 세금을 줄이는 행위를 말합니다.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출증빙을 갖추고, 세법이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소득공제, 세액공제 등)를 충분히 활용하고, 각종 신고를 제때 함으로써 가산세와 같은 불필요한 불이익을 입지 않는 것이 절세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절세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조금 따분하게 들립니다. 마치 수능 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한 모범생이 인터뷰를 통해 ‘평소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잠을 충분히 잔 것이 비결’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지요. 절세를 하려면 평소에 귀찮게 이것저것 많이 챙겨야 하는데, 그 보상은 별로 크지 않거나 직접적이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탈세(Tax Evasion)는 세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세금을 줄이는 행위를 말합니다. 매출을 누락하거나, 사업 관련 비용이 아님에도 사업 관련 비용인 것처럼 증빙을 꾸미거나,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탈세는 절세와 비교할 때 자극적이고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평소에 귀찮고 꾸준하게 노력을 하지 않아도, 필살기 한 방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들키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요즘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 일부는 최근 세법 관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세법은 가업의 원활한 승계를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가업승계의 경우에는 상속세·증여세를 상당 부분 절약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선대가 이룬 가업을 승계하는데 상속세·증여세가 너무 많이 발생하여 후대가 가업을 물려받기를 포기하거나, 세금을 내느라 경영권(주식)을 잃는 불상사가 발생하면 국가적으로도 손해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일부 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세법이 의도한 공익적인 취지를 벗어나, 부동산 상속세·증여세 절감 목적으로 설립되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빵을 만들어 파는 베이커리 카페는 가업승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종(음식점업)에 해당하여(단순 카페는 미해당), 10년 이상 경영하는 등 세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또는 증여) 시 많은 세금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토지, 건물)을 가진 법인을 설립하여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10년 이상 운영하고 위 법인의 주식을 물려주면 세금을 크게 절감하면서 후대에 부동산을 물려주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상속세·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대형 베이커리 카페 법인을 설립하는 행위는 세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이 아니므로 탈세가 아닙니다. 적극적인 절세로 보아야겠죠. 세법이 의도한 공익적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탈세로 볼 수는 없습니다. 만약 공익적인 취지에 부합하는 가업승계에만 세제혜택을 주고 싶다면 국회가 이를 조세혜택의 명시적 요건으로 규정하는 세법 조항을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다만 지난 국정감사에서 어느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하였다고 하니, 앞으로 생길 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가업승계 세제혜택을 보지 못하는 방향으로 세법이 개정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절세와 탈세는 세법의 테두리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로 구분합니다. 그런데 세법은 매년 바뀌므로, 지금은 절세인 행위가 나중에는 탈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억울하게 낸 세금을 돌려받는 방법에 관한 얘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작가 소개
황태상
숫자를 볼 줄 아는, 회계사 출신 변호사입니다.
세금, 상속, 부동산 문제를 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