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금은 일상의 모든 순간 나와 함께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세금의 존재를 가깝게 느끼지 못하죠. 그 이유는 크게 2가지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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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유는, 일상에서 접하는 세금들은 보통 그 세금을 실제 부담하는 사람과 법률상 납부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의 경우 사실상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은 물건 값을 내는 소비자이지만, 법률상(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는 물건을 파는 사업자입니다. 사업자가 소비자로부터 물건 값을 받을 때 그 금액 안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받은 후 1년에 두 번 관할 세무서에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의무를 가지는 것이죠.
이와 같이 사실상(실제) 부담하는 사람과 법률상 납부하는 사람이 다른 세금을 ‘간접세’라고 합니다.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담배소비세 등이 간접세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인 소비자는 간접세를 실질적으로 부담하기는 하지만 세무서에 그 세금을 신고하거나 납부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죠. 소비자가 커피를 사면서 낸 부가가치세가 세무서에 실제 납부되지 않았어도 세무서가 소비자를 상대로 세금 추징을 하진 않는 것입니다. 세무서는 납세의무자인 사업자(카페 사장님)를 혼낼 뿐이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세금을 내고 있다는 인지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건값을 낸다는 개념이 더 익숙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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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멀게 느껴지는 두 번째 이유는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원천징수’제도 때문입니다. 근로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같은 소득의 경우 그 소득을 지급하는 자(원천징수의무자-기업, 은행 등)가 지급받는 자(원천납세의무자-근로자, 예금자 등)에게 소득을 지급할 때 세금 상당액을 원천적으로 징수하여 관할 세무서에 납부합니다. 기본적으로 납세의무자는 소득을 지급받는 자이지만, 징세의 편의를 위하여 소득을 지급하는 자에게 납세협력의무(원천징수의무)가 주어진 것이죠.
조금 더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월급을 받을 때 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직접 세무서에 신고하지는 않죠. 월급명세서를 보면 회사에서 이미 소득세를 제외하고 월급을 지급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근로소득, 이자소득 등에 붙는 소득세는 실질적으로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과 법률상 납부하는 사람이 동일한 ‘직접세’이지만, 전국의 수많은 직장인들이 세무서에 소득세를 직접 신고·납부하지는 않는 것이죠.
원천징수, 연말정산, 분리과세(2천만 원 이하 이자소득/배당소득)와 같은 절차를 거치면서 세법상 소득세 신고·납부 의무 이행이 완료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득세는 엄연히 직접세이기 때문에, 만약 어느 직장인이 소득세를 덜 낸 것이 있다면 결국에는 그 직장인이 그 세금을 부담해야 합니다. 연말정산을 할 때 세금을 추가로 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느낌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 자산을 취득하거나 근로소득 이외의 소득이 늘어날수록 ‘직접세’를 많이 부담하게 되고, 세무서나 구청에 세금을 직접 신고·납부할 일이 많아져서 세금이 일상에 가까운 문제가 됩니다. 부자들이 세금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이죠. 이 부분은 모든 투자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투자가 늘어날수록 세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작가 소개
황태상
숫자를 볼 줄 아는, 회계사 출신 변호사입니다.
세금, 상속, 부동산 문제를 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