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에서 기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가치 평가 지표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다수가 주가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을 꼽을텐데요. 사실 어감은 딱딱하지만, 담고 있는 바는 단순합니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혹은 주가/1주당순자산가치)으로 주식 시장에서의 평가가 자산의 가치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지표입니다. PER은 순자산가치 대신 순이익을 넣어 산출됩니다.
하지만 K리츠는 일반기업과 달리 PBR과 PER을 기준으로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리츠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지표가 바로 P/NAV와 P/FFO입니다. P/NAV는 일반 기업 평가 지표인 PBR의 리츠 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주식 시장에서의 가격(시가총액)에 투자 자산인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이 반영된 지표입니다. 이를 통해 리츠 주가가 보유한 자산 가치에 비해 얼마나 프리미엄을 받는지, 혹은 디스카운트 되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SPI 리츠정보시스템
🍖 리츠 평가의 한 축 ‘P/NAV’
P/NAV를 영어 그대로 풀이하면 ‘Price/Net Asset Value’입니다. 한글로는 ‘시가총액/순자산가치’로 표기할 수 있는데요. 이때 순자산가치는 해당 종목의 전체 자산 규모에서 부채를 제외한 금액을 의미합니다. 부채는 채권발행과 담보대출을 통해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 전부를 말합니다. 리츠를 예로 생각하면 A리츠가 투자한 전체 자산 규모에서 부채를 제외한 자산가치라고 볼 수 있는 셈입니다. NAV는 일종의 청산 시 남는 자본으로 설명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P/NAV는 PBR과 달리 왜 리츠 시장에 주효한 가치 평가 지표일까요? 예시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러 주식 사이트를 통해 신한알파리츠의 PBR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모두 1배를 상회합니다. 주가가 순자산가치보다 높기 때문에 시장 평가액이 가치를 상회한다고 볼 수 있죠. PBR 지표를 활용하면 대부분의 리츠가 고평가 됐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신한알파리츠 PBR은 1.11배 수준 ⓒ네이버
PBR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원가법을 적용하는 국내 리츠 특성에 따른 결과입니다. 리츠는 사업보고서에 자산 매입 당시 가격을 기재합니다. 이후 가치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수년 전 자산 가격으로 가치가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 입장에서 매입 당시 가격을 장부가로 적용하는지, 최신 감정가를 적용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다수 리츠가 PBR 1배 이상, P/NAV는 1배 미만으로 나오는 이유입니다. NAV는 자산 가격에 감정평가가 반영된 시세를 기준으로 시가총액과 순자산가치 간 평가를 정밀하게 해주는 것이죠.
🍕 신한알파리츠 P/NAV 0.54배의 의미
SPI 리츠정보시스템 상 신한알파리츠의 P/NAV는 0.54배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순자산가치 대비 시가총액이 절반 정도에 그친다는 의미인데요. 이 지표만으로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외형상으로는 주가가 자산가치를 모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산술적으로는 1배에 수렴하는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투자 기준이 될 수 있죠.
ⓒSPI 리츠정보시스템
많은 리츠들은 IR(기업설명회)에서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P/NAV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순자산가치는 1,000억원인데 주가는 500억원 수준에 불과한 만큼, 100% 이상의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설명인데요. 이론적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주식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기도 합니다. 여러 기업들이 사업적 가치 등을 기준으로 주가 상승 여력에 대해 긍정적 미래를 이야기하니까요.
*이지스레지던스리츠의 10월 IR 자료 일부 ⓒ이지스레지던스리츠
하지만 일반 주식 투자에서 PBR과 PER이 만능이자 능사가 아니듯이 P/NAV 역시 비슷한 한계점들이 있습니다. 일종의 투자 기준 정도로만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리츠의 특성이 반영된 P/NAV지만, 일부 약점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NAV에 반영된 감정평가액이 100% 정확한지, 감정평가 시점이 언제인지 등에 따라 실제 가치와 간극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엔 P/NAV 지표도 하락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P/NAV가 낮아졌기 때문에 디스카운트가 일어났고, 무조건 투자매력이 올라갔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주식 시장의 모든 종목은 다양한 미래 변수들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1배가 넘는 리츠 중 한 곳은 KB스타리츠(11월 15일 기준 주가 3,900원)인데요. 이 자체만 가지고 고평가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실제 투자를 고려할 때는 단순히 지표에만 의존하기 보다 좀 더 다양한 관점으로 리츠의 가치를 평가해야 합니다.
작가 소개
김시목
사람 만나고 글 쓰는 일을 합니다. 상업용 부동산과 리츠, 펀드 등에 더해 주요 플레이어들의 다양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