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로부터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그와의 이야기를 누구에게 한 적이 없다. 나를 다시 만난 동료들은 내가 정상적으로 출근하는 것을 무척이나 기뻐했다. 나는 몹시 슬펐지만 그들에게는 “피곤해서 잠깐 쉬었어……” 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슬픔은 좀 작아졌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슬픔이 아주 가시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내 작은 친구가 자기 마을로 돌아간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날 이후 가끔 인터넷 로드뷰 기능을 활용해 모니터 너머 작은 마을들을 보는 취미가 생겼다.
그리고 종종 안타까운 일들이 떠오른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부린왕자에게 그려준 마당의 꽃과 함께, 수도관을 매립해 주는 것을 깜빡 잊었다는 사실처럼 말이다. 부린왕자는 그 꽃들에게 물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면 그 꽃들을 위해서 큰 양동이로 매일 물을 옮겨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그 마을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까? 부린왕자가 바쁜 날에는 꽃이 시드는 것을 아닐까……’ 등의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도 한다. ‘그럴 리가 없지! 부린왕자와 그의 여자친구가 즐거운 모습으로 집 앞에 있는 작은 냇가에서 행복한 이야기를 하면서 물을 떠올 테니까……’
그러면 나도 함께 행복해진다.
그러나 어떤 때는 이런 생각도 든다.
‘그가 마지막으로 잔금을 치렀던 그 맹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도로가 나지 않는다면 어떠한 개발도 할 수 없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한 날에는 부린왕자의 집 앞에 있는 냇가의 물방울들이 모두 눈물로 변해 버린다.
이 문제는 중요한 수수께끼다. 부린왕자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에게나, 나에게, 사실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느 부동산이 갑자기 개발이 되어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은 세상에 없다. 모든 부동산은 결국 누군가에게 필요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온 세상이, 온 세상의 부동산이 그러하다.
그러니 하늘을 바라보고 이렇게 생각하라.
‘내가 찾고 있는 이 부동산이 어느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필요하고, 이 시장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얼마의 대가를 언제까지 지불할 수 있을까?’
그러면 부동산을 보는 우리 모두의 시각이 얼마나 달라지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 오르기 만을 바라는 건물주들은 이것이 왜 중요한 문제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내게 있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쓸쓸한 부동산의 풍경이다. 그림을 잘 보길 바란다. 이전에 그렸던 것과 같은 부동산 계약서지만, 여러분에게 똑똑히 보여주려고 한 번 더 그렸다. 부린왕자가 나타났다가 사라진 곳이 바로 여기다. 이 풍경을 잘 보아 두었다가, 언제고 부동산 계약을 할 때면 이 계약서를 틀림없이 기억해 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강남을 지나다가 누군가가 건물이 그려진 물티슈나 행주를 나눠준다면, 부탁인데 그를 따라 어딘가 들어가지 말고 그 물티슈를 받고, 잠시 기다려 주기를! 그래서 어떤 부린이가 그대에게 다가오며 웃으면, 그리고 그대가 뭐라고 물어도 대답이 없으면 그대는 그 부린이가 누군지 알아내리라. 그때에는 부린이에게 맞는 좋은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기를!
마지막으로 내가 이렇게 깊은 슬픔에 젖어 있는 것을 내버려두지 말고, 나의 친구 부린왕자가 돌아왔다는 내용의 카카오톡을 보내주기를……
PS.
안녕하세요. 강남역에서 부린왕자를 만나고,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쓴 미스터 동글입니다. 사람들은 부린왕자처럼 처음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부동산에 접근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주변의 권유와 마음 속 욕심들로 인해 처음의 그 순수함을 잃기도 하지요. 순수함을 잃지 않고 부동산의 숨은 가치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부린왕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길은 어려워 보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단순한 길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부린왕자들의 행복을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 입니다. 특정인물이나 단체, 직업, 종교, 지명, 사건 등 그 어떤 현실적인 부분과는 무관합니다
작가 소개
미스터 동글
동굴속에 숨어사는 INFJ형 부동산 투자자
저얼대 동그란 외모 아님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