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할 땐 어떤 지표를 보고 투자해야 할 지 감이 잘 오지 않아요. 그래서 보통은 ‘어떤 주식이 오를까?’란 생각으로 종목을 고르게 되죠. 아마추어일수록 ‘떨어질 때의 위험’보다는 ‘오를 때의 짜릿함’에 끌리기 마련이니까요.
저도 처음 주식 투자를 하던 시기엔 그랬답니다. ‘뭐가 오를까’라는 기준으로만 종목을 고르다 보니 ‘성장주’라는 고위험주들에 주로 투자를 했어요. 그 덕에 재미를 보기도 했지만 손해를 보기도 했죠. 지금 제 아픈 손가락 중 하나인 쇼피파이(Shopify)가 딱 그런 주식이랍니다.
쇼피파이는 MS주식에 투자해 거의 두배 가까운 수익을 올린 뒤, 처음으로 늘려 나가기 시작한 포트폴리오 중 하나였어요. 그 때가 2021년 초. 사자마자 30% 가까이 올라 기대감이 점점 커진 저는 수량을 조금씩 늘려 나가기 시작했죠.
결과는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에요. 제 쇼피파이 평균 매입가는 125불이에요. 그리고 이 주식은 지금 수익률 -34%를 기록하며 81불에 머물고 있어요. 더 나빴을 시기엔 무려 -50%를 기록하기도 했으니 지금이 그나마 나은 상황이에요.
이때의 저는 성장주에서 PER이란 지표를 볼 줄 모르는 진짜 초보 중 초보였어요. 주당순이익이라고도 불리는 이 지표는 Price-to-Earnings ratio,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죠. 주식의 가격이 현재 이익 대비 얼마나 평가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의 역할을 해요.
쇼피파이의 PER은 당시 200-300을 넘나들었답니다. 엄청난 과대평가였죠. 현타가 오고 난 뒤 돌아보니 이 기업이 아무리 성장한다고 한들, 한 주당 실현하는 순이익의 2-300배를 실현할 날이 과연 오기나 할 것인가란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미래의 성장에 포커스를 두는 성장주들의 경우 얼마나 더 성장할 것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어느 기업의 적정 PER이 어느 정도인지는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요. 이럴 때 참조하기 좋은 지표는 해당 업종의 평균 PER이 어느 정도인지 보는 거예요.
저는 이 종목으로 PER을 무시한 대가를 뼈아프게 치른 뒤, 리테일 테크보다는 전통적인 리테일 주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됐어요. 참고로 뷰티냐, 패션이냐, 그로서리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리테일 주식의 PER은 40-50선이랍니다. 하지만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더 높은 성장률을 내는 주식을 찾아 헤매게 돼요. 저도 지금 가지고 있는 주식 중에 PER이 100 넘는 주식들도 몇 개 있어요.
성장주를 평가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지표 중 PEG 비율도 있는데요. 이는 PER에 성장률을 반영한 지표로 성장주를 평가할 때 유용해요. PEG 비율이 1 이하라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성장주일 수 있다는 신호랍니다.
과거의 저는 PEG에 의지하다 보면 현실감을 잃게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다시 고위험주에 투자를 하게 되면서 이 지표도 보게 되었어요. 전문가들이 왜 이런 지표를 만드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고위험주 투자는 그 자체가 무서운 일은 아니에요. 진짜 무서운 건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가 고위험주에 몰빵되어 있는 상황이죠.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종목과 고위험 종목으로 균형있게 분배되어 있기만 하다면, 사실 고위험주를 다룰 줄 알아야 고수익을 낼 수 있어요.
주식을 볼 때 고려해야 할 지표는 하나 둘이 아니에요.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라면 EPS(주당 순이익) 성장률, ROE(자기 자본 이익률) 등도 중요하죠. 이런 지표들은 작은 금액으로 투자하면서 차차 배워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벌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동안 금세 배울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오를 때보다 잃을 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거예요. 투자는 나눠 담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작가 소개
김소희
'데일리트렌드'라는 리테일/커머스 트렌드 미디어를 운영 중입니다.
취미로 리테일/커머스 관련 주식투자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