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랩 투자자의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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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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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_ 부린왕자가 만난 공무원

부린왕자가 다섯 번째로 찾아간 장소는 구청이라는 곳이었다. 그 곳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으면 번호표를 뽑고, 번호표에 쓰여져 있는 번호가 불렸을 때 비로소 의자에 앉아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그 사이에 있었던 구멍 난 투명 아크릴 판이었다.
아크릴 판의 작은 구멍을 지나고, 모니터를 넘어서야 앞에 앉아있는 공무원의 눈을 잠깐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몇 마디 대화하기도 어려운 이 곳에서 모니터나 아크릴 판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인지 부린왕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도 어리석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정치인이나 유튜버나 부동산 폭락론자나 부동산 개발업자보다는 나은 것 같아. 적어도 그가 하는 일은 뜻이 있는 일이니까. 그가 모니터를 보고 마우스를 클릭하면 어떤 사업이 시작될 수 있게 승인을 해주는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이건 매우 아름다운 일이지. 아름다우니까 정말로 이로운 일이야.’
그 곳에 발을 들여놓으며 부린왕자는 모니터를 바라보고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는 공무원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클릭을 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클릭을 했다.
그는 다시 모니터를 응시하고, 클릭을 했다. 그런 다음 마우스 옆에 놓인 커다란 크기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 마셨다.
그리고 다시 마우스를 클릭했다. 부린왕자는 공무원을 보며 이렇게까지 충실한 그가 좋아졌다. 그는 친구를 도와주고 싶었다.
부린왕자가 말했다.
공무원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리고 오후 6시가 되자마자 황급히 모니터를 껐다.
부린왕자는 다시 길을 떠나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 정치인이니 유튜버니 폭락론자니 개발업자니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멸시를 당할지도 몰라. 하지만 우습게 생각되지 않는 사람은 이 사람 하나뿐이야. 그건 아마 자기의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겠지.’
그는 애석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친구로 삼을 만한 사람은 그 사람 하나뿐이었는데…… 그렇지만 퇴근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함께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아.’
부린왕자는 공무원과의 만남을 아쉬워하면서도 차마 고백할 수 없던 것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구청의 시설이 좋고 제일 편했다는 것 때문에, 부린왕자가 느끼기에 이 딱 좋은 온도와 환경의 구청에서 발을 떼기가 어려웠다는 사실이다.
주석
1.
인허가: 인가(제3자의 법률 행위를 보충하여 그 효력을 완성하는 일)와 허가(행동이나 일을 하도록 허용함)를 이르는 말.
2.
주무관: 어떤 사무적인 일을 주관하여 관리하는 6급 이하의 일반직공무원을 말함.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 입니다. 특정인물이나 단체, 직업, 종교, 지명, 사건 등 그 어떤 현실적인 부분과는 무관합니다

작가 소개

미스터 동글
동굴속에 숨어사는 INFJ형 부동산 투자자
저얼대 동그란 외모 아님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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