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랩 투자자의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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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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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 화 _ 엄마는 살아있다.

안주임은 자신이 근무하는 판교에 있는 빌딩으로 이과장과 그의 어머니를 모시고 인사를 드리게 된다. 그런데 이과장의 어머니는 왠지 이 상황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하다.
“오빠. 요즘 바빠?”
“응? 갑자기 왜?”
안주임이 뜬금없이 물었다. 프로포즈를 한 그날 이후로 안주임은 날 오빠라고 부르며 편하게 말했고, 그녀의 말투가 입 속에서 톡톡 튀는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처럼 느껴졌다. 난 황급히 그녀의 부름에 대답은 했지만 내가 뭘 잘못한 것이 있는지 엄청난 속도로 머리 속 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안주임이 바쁜 것에 대해서 공감을 해줘야 하는 것인지, 진짜 내가 바빠서 걱정이 되는 것인지, 기념일을 그냥 지나간 것이 아닌지, 내가 뭘 빠뜨린 것이 있는지,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프로포즈 하고, 다음은 뭐 없어? 프로포즈만 하면 끝나?”
“음…... 글쎄다.”
“글쎄는 무슨 글쎄야? 오빠는 결혼도 해봤으면서 진짜! 오빠네 부모님 인사 드리고, 식장 잡고, 신혼여행 가야지. 그게 순서야. 몰랐어? 스드메 몰라?”
그녀는 웃는 표정으로 내 볼을 꼬집으면서 말했다.
“오빠 어머니는 뭐 좋아하셔?”
“글쎄, 아버지도 투자 잘못해서 집을 나가시고, 나 역시 무책임한 투자로 이혼까지 했으니, 아무래도 우리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는 건 신뢰와 안정 아닐까? 마치 리츠처럼 말야.”
“아니, 그런 것 말고 드시는 것 뭐 좋아하시냐고. 나도 인사 드려야 할 것 아니야? 인사도 안 드리고 결혼하려고 그랬어?”
“우리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음식……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어. 그냥 다 잘 드셨던 것 같아.”
“이래서 아들 키워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말이 나오는구나. 그럼 내가 이번에 뵐 때 딸 노릇 한번 제대로 해 드릴께. 이번 주 토요일에 내 차 빌려줄 테니까 어머니 모시고 우리 회사 건물로 와.”
얼마 전 몇 십 년 만에 어머니를 만나러 갔을 때, 어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끓여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동안 얼마나 무심한 세월을 살아왔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녀는 내가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작지만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토요일이 되자 난 그녀의 명령에 따라 어머니를 모시고 그녀의 회사가 있는 ‘그레이츠판교’ 빌딩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똑똑하고 지혜로운 안주임에 대해서 연신 자랑을 했지만 어머니의 눈동자는 오랜만에 또 다시 만난 나에게 향해 있을 뿐 안주임에 대해서는 별로 반응이 없으셨다. 우리는 널찍한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그녀가 예약한 2층에 있는 고급스러운 식당으로 향했다.
“내가 우리 아들 덕분에 이렇게 멋진 빌딩도 다 들어와보네.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이런 으리으리한 빌딩은 왠지 무서워서 혼자서는 절대 못 들어와.”
“에이, 제 덕분이 아니라 안주임 덕분이죠. 제가 근무하는 빌딩은 작아요. 여긴 안주임이 근무하는 빌딩인데, 안주임이 어머니를 이곳으로 모시고 싶다고 예약을 했어요.”
어머니는 크고 깨끗한 이 빌딩의 전경을 한참을 두리번거리시며 식당에 들어섰다. 문을 열자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 안주임이 밝은 표정으로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먼 길 오시느라 힘드셨죠? 저 이과장님과 만나고 있는 안주임입니다.”
“그래요. 우리 아들 통해서 말씀 많이 들었어요.”
어머니는 처음 본 그녀가 어색하신지 짧게 대답했고, 난 어색한 분위기를 편하게 바꾸기 위해서 웃으며 말했다.
“에이, 엄마도 싱겁게 ‘그래요’가 뭐야.”
“그럼, 내가 두 번째 며느리 맞이 한다고 신나서 춤이라도 추랴?”
어머니의 말투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안주임이 급하게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우리 어머니는 말씀도 정말 재미있게 하시네요. 호호호.”
“아가씨는 이게 재미있어요? 그리고 누가 어머니예요?”
차 안에서 나를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사랑스러운 눈은 차갑게 바뀐 채로 말씀을 하셨고 난 황급히 어머니를 보고 말했다.
“어머니, 왜 그래요?”
“얘야. 네가 투자에 실패하고 이혼까지 했다고, 이 여자가 널 쉽게 보고 접근한 것 같은데, 아가씨 우리 아들은 그런 사람 아니예요. 그건 얘가 잘못한 게 아니라 전처가 부추겨서 그런거라고.”
“어머니 저도 이해하고 있어요. 그래서 오빠랑 안정적인 투자에 대해서 같이 스터디를 하다가 이렇게 진지하게 만나고 있고요.”
“안정적인 투자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젊은 아가씨가 뭘 안다고 투자야. 그렇게 하다가 우리아들 전처처럼 재산 다 날려먹고, 위자료니 뭐니 운운하면서, 또 이혼하게 만들려고? 내가 오늘 아들이 데려와서 밥은 먹는다만 아가씨가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지켜볼 거야. 내 아들 돌싱도 서러운데 돌돌싱을 만드는 꼴은 안 볼거야.”
도무지 좁혀질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불판 위에 있는 몇 점의 고기가 소리를 내면서 익어갔다. 그 소리는 마치 내 속이 타 들어가는 소리와 같았다.
다음화 예고 이과장의 어머니는 난데없이 처음 본 안주임에게 날을 세우시고, 안주임은 이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그때 어머니와 안주임의 관계를 풀어줄 단 하나의 ‘키’가 나타나는데……

작가 소개

조훈희 순수문학 등단작가 겸 부동산학박사. 부동산과 컨텐츠를 결합한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현)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 부동산 투자 및 개발회사 대표 '부동산 투자, 농사짓듯 하라', '밥벌이의 이로움' 등 저자 전) 현대캐피탈, 코람코자산운용, CBRE Korea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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